20100128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디자이너 정재웅의 블랭크[BLNK]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꿈을 이루어가는 열정 넘치는 사람.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지만 겸손한,
그래서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디자이너, 블랭크의 정재웅님을 만났다.

http://blnk.co.kr/
http://bl-nk.blogspot.com/



[튀는 공과대생, 결국 의상학으로!]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신문 돌리고 번 돈으로 구두 한 켤레 사고 그랬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희귀한 신발들을 모아서 작은 웹사이트에서 판매했는데 군대 갈 때에는 제법 커져서 시계도 팔고 했다. 어릴 때 과학이랑 물리를 좋아했고 멋있는 건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건축학도가 될 생각에 공과대학에 진학했는데, 워낙 스타일 면에서 다른 공과대 학생 보다 튀었다. 원색적인 거 입고 다니고 바지 걷어 입고, 머리 노랗게 염색하고 했으니까… 이렇듯 패션에 관심이 많으니까 공부해 보면 어떨까 해서 교양과목을 들었다가 교수님이 적극 추천하셔서 의상을 복수전공하게 됐다.

24살에 시작했고 기존 전공자들에 비해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아버님이 오랫동안 양복점을 운영해오고 계시기 때문에 옷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빨리 옷을 만들어서 나도 입어보고 남도 입혀봐야지’ 하는 마음에 밤새서 과제하면서도 즐거웠다. 마치 의상학과 학생보다 더 의상학과 학생인 것처럼 어울리고 공부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패션을 하는 것에 대해 어머님이 굉장히 반대를 하셨다. 어머님께 맞서기 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공모전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 같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촬영은 2009년 2월에 끝났고 6월 말에 브랜드 ‘블랭크[blnk]’를 런칭했다. 대학 때 지금 블랭크를 같이 디자인 하고 있는 여자친구 이지원씨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나중에 남녀 디자이너 듀오를 결성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그 때부터 네임을 고민했는데 어느 날 컴퓨터를 하는 도중에 대괄호에 꽂혀 만들게 된 이름이다. 우리 옷을 입었을 때 그 사람에게 괄호를 친 것 같이 더 돋보이게 해주거나 보호해 주는 옷,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할 수 있는 더 멋진 사람을 만들기 위한 괄호라는 의미이다. 잃어버린 자아를 블랭크로써 되찾는다는 뜻으로 중간에 A를 없앴다. 그래서 브랜드 네임을 ‘블랭크’ 혹은 ‘비엘앤케이’라고 읽는다.








스쿠터 마니아!! 안전운전이 제일, 패셔너블한 헬멧이 곳곳에 놓여있다.

위의 것은 올겨울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승마모를 연상시키는 클래식 스타일~





[생각 깊은, 웨어러블한 옷]


블랭크는 젠더리스 룩을 지향한다. 그런데 단순히 여성과 남성이 같이 입는 옷이 아니라 페미닌 하면서도 매니쉬하고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이지하게 접할 수 있는… 중성적인 이미지, 모호한 중간의 경계를 추구한다. 실제로 그러한 점을 고려해서 사이즈와 핏을 가져가고 있고 남성복을 여성분이, 여성복을 남성분이 구입해서 만족하며 입으신다.

내가 소비자라고 생각했을 때에 한 가지 옷으로 여러가지 연출이 가능한 옷을 원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방향으로 디자인을 제안한다. 티셔츠가 두 개 붙어 있는 형태로 소매 부분의 연출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디자인, 때에 따라 가디건으로 혹은 티셔츠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도 있다. 09fw 시즌 컨셉은 우연에서 발견되는 즐거움이라는 의미의 ‘세렌디피티(serendipity)’이다. 작업하면서 예기치 않게 재미있게 발견된 요소를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실제로 패딩 머플러는 작업실에 있는 인형 멍충이의 팔 부분이 목을 감싸는 느낌이 좋아서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또 사람들이 옷을 입었을 때의 모습을 궁금해 하는 것에 착안해서 착장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택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세세한 부분, 손맛을 전하는 것이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가 줄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문득문득 마주치는 아이디어]

특별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기 보다는 일상적으로, 다른 일 하다가 문득문득 디자인의 영감이 떠오르는 편이다. 대학 때 작업한 자켓의 경우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상어가 나왔는데 그 형태를 가져와서 자켓에 접목시켜 보면 어떨까 해서 디자인 하게 된 경우다.



10S/S 컬렉션은 작가 이상 선생님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서 작업했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음악이나 그림 쪽에서 선생님의 작품으로 작업을 하신 분들이 많이 있더라. 띄어쓰기 없이 글을 쓰거나, 같은 단어가 계속 반복되는 식의, 구조적으로, 또 의미적으로 난해한 측면이 많은 이상 선생님의 작품을 재해석해서 ‘비주얼화 된, 눈으로 보는 이상’ 혹은 ‘옷으로 입는 이상’을 끌어내고자 했다. 실제로 디자인에서 구조적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아방가르드한 요소를 활용한 형태를 활용했다. 어려워 보이기는 하지만 또 소비자들이 어려워하지 않게, 웨어러블하게 풀어내고자 했다.




[좋아해주기에 감사한 사람들]

블랭크는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하다. 싫어하는 분은 확실히 싫어하고 좋아하는 분은 너무 좋아한다. 상해에서 열린 국제한인패션대전에서 '베스트 마켓 포텐셜'이라는 상을 수상했을 때 컬렉션에 올렸던 팬츠 중 하나를 직접 입고 다녔다. 그런데 어떤 분이 그걸 보시고는 바지를 꼭 입고 싶다고 계속 말씀을 하셔서 특별히 한 벌 만들어 드린 적이 있다. 컬렉션에 나간 디자인은 너무 강해서 웨어러블 하게 변형된 디자인을 제작해 판매했는데 그 옷을 구입하고도 만족을 못하셔서 굳이 오리지널 디자인을 주문하신 것. 또 여자 옷인데 남자분이 너무 입고 싶은데 사이즈가 안맞는다고 하셔서 제작해 드린 적도 있다. 매번 해 드리긴 어렵지만 그렇게 연락을 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겨울 출시된 패딩 머플러~

스튜디오의 재간둥이 멍충이(들고 있는 인형ㅋ)의 팔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
개성만점 사랑스런 아이템!! 스타일링은 이렇게~




블랭크의 옷은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또, 특별히 스타일링 팁을 담은 택을 제작하고 있다. 친절한 블랭크^^




대학시절 제작한 자켓. 상어의의 입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상해 국제한인대전 마켓포텐셜 수상작 중 하나.

옷을 입으면 팔꿈치와 무릎 부분이 튀어나오는 것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냈다.
이 바지가 너무 입고 싶다고 몇 주 동안 부탁을 하신 분을 위해
 특별히 한벌 제작하기도 했다.



[미래를 위한 시간]


아직 컬렉션은 하지 않았고 지난해 데일리 프로젝트에서 전시를 했고, 올해도 서울패션위크에서 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컬렉션은 소비자, 대중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한 번 컬렉션을 시작하면 계속, 끝까지 쉬지 않고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 정재웅의 블랭크 입니다”라고 뚜껑을 열기 전에 좀 더 준비하고 내공을 쌓고 싶다. ‘우리나라에 이런 디자이너가 있구나’, 또 해외 바이어들의 눈에는 ‘한국에 이런 디자이너’가 있구나 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기반과 환경을 다져가는 단계다.

하지만 블랭크는 이미 해외에 진출해 있다. 작년 전시되어 있던 옷을 해외 바이어가 구매해 가서 택에 적힌 연락처를 보고 직접 컨택을 해왔다. 바이어의 연락을 받고 진행했던 라인의 옷을 전부 직접 들고 가서 보여줬다. 현재 싱가폴의 편집샵 액츄얼리(actually)에서 판매 중이며 바이어 측에서 올해 홍콩 등지로 판매망을 확장해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진행형, 계속되는 도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끝난 뒤 지난 8-9월에는 메트로시티 컬렉션과 작업을 하면서 의상을 두 벌 제작했고, 프로젝트 잇백이라는 방송에서 우승을 하면서 그 때 디자인한 가방이 2월에 매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 JYP의 스타일 디렉터로 일하는 이유경씨의 제안으로 2PM이 입을 의상 리폼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2-3월 신학기를 대비해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팀 다섯명이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팝업 스토어를 계획하고 있다. 저를 포함해 남용신, 이승희, 이명신, 김홍범 다섯 명의 브랜드가 조인하는 형태로 다른 매장보다 좀 더 일찍 2010 S/S 상품을 선보일 것 같다. 백화점 유통은 처음인데 신인 디자이너의 경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인지도를 쌓고 홍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꿈, 사람을 키우는 디자이너]

사람을 키울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꼼데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밑에서 일했던 함께 했던 준야 와타나베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고 또 그의 제자로 일했던 타오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 꼼데가르송 매장 내에서 준야 와타나베나 타오가 디자인한 상품 라인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은가. 이건 꼭 국내의 후배 디자이너를 양성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드리스 반 노튼이 한국인 김건효씨를 발탁한 것처럼, 패션계에서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패션을 좋아하는,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 후배들이 커나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선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후배 디자이너에게 전하는 말]

해외의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막연히 동경하면서 디자이너로 일하겠다고 뛰어드는 어린 친구들이 있다. 독립 디자이너로서 큰 돈이나 명성을 얻겠다고 섣불리 시작하지 않기를 바란다. 독립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건 디자인에서 재무, 홍보, 재고관리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마인드를 갖추고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드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기회를 얻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먼저다.



블랭크 스튜디오의 유쾌한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제스쳐의 멍충이^^



블랭크의 디자이너이자 여자친구, 이지원님

인턴으로 함께 하고 있는 귀여운 미소의 학교후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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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고등어,은갈치,도미의 스타일 놀이터 -스타일피쉬
http://blog.naver.com/swingfish/11007923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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